피랍병사 2명 유해 상태로 인계..레바논, 공휴일 선포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2년전 전쟁을 치른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16일 이스라엘 북부의 로시 하니크라 국경통과소에서 양 측의 `포로들'을 주고받는 절차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이날 오전 9시께 적십자사를 통해 헤즈볼라로부터 피랍 병사 에후드 골드와세르와 엘다드 레게브의 유해가 들어있는 두 개의 관을 넘겨받았다.
이스라엘은 두 병사가 이미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이번 포로교환을 추진해 왔다. 두 병사가 사망한 사실은 이날 포로교환 과정에서 처음 공식 확인됐다.
이스라엘은 유엔의 참관 아래 이들 병사의 유해에 대한 DNA 검사를 실시한 뒤 신원이 확인이 되면 곧바로 테러리스트 사미르 쿤타르 등 이스라엘에 수감돼 있던 레바논인 5명을 헤즈볼라 측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일간 예루살렘포스트가 전했다.
이들 5명은 이날 새벽 교도소에서 국경 근처 림만 군사기지의 수용시설로 이감돼 교환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에 대한 교환 절차가 마무리되면 양 측은 2006년 제2차 레바논전쟁 때 사망한 이스라엘 병사들의 유해와 팔레스타인 및 레바논 전사들의 시신 190여 구를 맞교환하게 된다.
이번 포로교환의 핵심 인물인 쿤타르는 16세이던 1979년 레바논의 다른 무장요원들과 함께 이스라엘 북부의 한 아파트에 침입, 3명의 이스라엘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나머지 포로 4명은 2차 레바논 전쟁 때 이스라엘에 붙잡힌 헤즈볼라의 무장대원들이다.
이스라엘은 15일 각료회의에서 이번 포로교환을 최종 비준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교환안에 서명한 직후 기자들에게 쿤타르를 용서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면서 "우리도 살인자를 풀어주길 원치 않지만 조국을 지키라고 보낸 두 병사를 고향으로 데려와야 하는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은 이스라엘에 수감됐던 전사 5명의 귀환을 기념해 이날 임시 공휴일을 선포했다.
헤즈볼라의 셰이크 나빌 카우크는 "이번 포로교환은 이스라엘이 패배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유엔의 위임을 받아 18개월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를 오가며 포로교환을 중재해 성사시키는 산파 역할을 했다.
헤즈볼라는 2006년 7월 국경 지대에서 이스라엘 병사 골드와세르와 레게브를 납치했으며, 이 사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나서서 휴전을 성립시키기까지 34일 동안 이어진 2차 레바논 전쟁을 촉발시켰다.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