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이민자 급증…유럽 ‘문명 충돌이냐 공존이냐’ 갈림길

by soulkorea posted Feb 0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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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주민 가정 교육문제 등 상담

"이주민 노동시장 편입" 성과

최근 아내에게 부르카를 착용케 한 모로코 남성의 시민권 심사를 거부한 프랑스뿐 아니다. 유럽에서 무슬림 이민자가 크게 늘면서,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혐오증·공포증)와 맞물려 문화적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성공적인 사회통합을 위한 지자체의 제도나 자생적 운동도 활성화되고 있다. 독일·스웨덴의 갈등 실태와 통합 노력을 유럽 통신원들이 전해왔다.

'동네엄마들'이주민 보듬다

독일 노이쾰른



시에서 이주민 출신 100여명 채용언어 지원부터 교육·건강 돌봐줘

독일 베를린 중심가인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지하철로 일곱 정거장만 가면 딴 세상이 펼쳐진다. 머리를 스카프로 감싼 여성들, 콧수염을 기른 아랍·터키계 남성들이 가득하다. 터키어와 아랍어 간판이 즐비한 노이쾰른의 존넨알레 거리는 유럽 한가운데라는 것을 잊게 한다. 이 지역 인구 30만명 가운데 12만명이 이주민 출신이다.

노이쾰른의 '동네엄마들' 프로젝트는 지역사회 이주민 통합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동네엄마들'은 이주민 출신의 여성들로 시에 채용돼 교육받은 100여명의 일꾼들이다. 그 지역에 사는 주로 터키·아랍계 이주민 출신의 가정 여성들로, 독일어와 출신국가 언어에 능통해 직접 이주민 가정을 찾아 고민을 듣고 어려움을 풀어주는 해결사다. '동네엄마들'의 상담내용에서는 교육 문제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또 언어 지원은 물론 건강, 비폭력, 아동법, 지역의 교육기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한달에 두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에미네 엘시는 "독일어를 거의 한마디도 못해서 관청에 같이 가주기를 바라는 이민자도 있다"며 "자녀를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정보를 주고 설득한다"고 말했다. '동네엄마들'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4000여 가구를 방문 지원했다. 프로젝트 팀장 마리아 마허는 "대개 저학력계층인 이주민 가정은 언어문제 때문에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만 동네엄마가 쉬운 말로 설명해 주면 정보에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일부 이주민 여성을 노동 시장으로 편입시켰다는 점도 큰 성과다. 대부분의 '동네엄마들'은 원래 결혼 이주민이거나, 이주민 2세다. 부시코프스키 노이쾰른 구청장은 "동네엄마들은 사회보조금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정기적 소득을 갖게 되면서 자부심을 갖는다"며 "이주민 가족과 동네엄마 서로에게 일석이조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2007년 시드니 메트로폴리스상을 받았고, 독일 각지로 퍼져 가고 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열린 사회' 향한 통합정책 10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교육·취업기회 균등, 톨레란츠 강조2001년 법제화…평화도시상 받기고

독일 남부의 슈투트가르트는 2001년 사회통합정책 법제화를 기점으로 이주민과의 성공적인 사회통합을 선도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에 슈투트가르트의 미래가 있다'는 슬로건을 내건 이 곳은 2004년 유네스코 '평화도시상'을 받는 등 독일을 넘어 주목받고 있다.

가리 파브코빅(50) 슈투트가르트 사회통합정책위원장은 "시의 사회통합정책은 (동화정책이 아니라) 이주민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도시 발전의 기회'로 이용하는 윈윈전략이 기본"이라고 말한다. 시는'티(T) 정책'으로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우선, 능력있는(Talented) 시민 양성을 위해 독일 국적여부와 관계없이 교육과 취업의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독일 가정의 자녀 중 아비투어(독일대학입학자격시험) 응시율은 40%지만, 이주민가정 자녀의 경우 10% 정도다. 학력격차는 취업률 격차와 사회·경제 양극화로 이어진다. 파브코빅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이주민 부모들이 교육에 관심이 없다거나 학업 태만의 결과라 치부하는 건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인식 전환과 교재개발, 교사들 재훈련 지원을 비롯해 교사-부모-정부의 협력관계를 위한 세미나,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책읽어주기 운동 등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기업·정부의 장학금제도도 활성화하고 있다.

또다른 초점은 다양한 문화 속에서 공동체적 삶을 이루기 위한 똘레랑스(Toleranz)다. 파브코빅 위원장은 독일 사회가 이주민을 환영하는 사회가 되도록 "똘레랑스도 사회적으로 '학습'돼야 한다"고 말한다. 미디어를 통해 이주민 문제를 이슈화시키거나 이주민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국제축제·이주민잡지 제작 등을 지원한다. '독일인 대 이주민'이 아니라 '새로운 우리'라는 시민상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파브코빅 위원장은 "차별과 배타는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혐오가 심하고 폐쇄적인 옛동독지역은 경기침체와 공동화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주민들뿐 아니라 옛동독인들까지 슈투트가르트 등 남부도시로 몰려드는 이유다. 고령화와 저출산문제의 심각화도 배경이다. "경기활성화와 사회번영을 위해선 열린 사회가 되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법이 필요하다. 이주민이'시한 폭탄'이 될지 '세기의 기회'로 도약할 밑거름이 될지는 그 사회의 통합정책에 달려 있다."슈투트가르트/한귀용 통신원

"9살때 왔지만 여전히 이방인"

스웨덴 이민자 '마리아 실바'인터뷰

5명중 1명 이민자…지난해만 10만명 늘어"취업해도 임시직…법적 금지에도 차별존재"

복지대국으로 알려진 스웨덴도 이민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구 934만명(2009년말 기준)인 스웨덴엔 지난해만도 1%에 달하는 10만2000명이 신규 이민자로 들어왔다. 국민 약 5명 가운데 1명이 스웨덴 밖에서 태어나거나 이민자를 부모로 둔 이민 2세대다. 출신배경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있어도, 무슬림 이름으로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사람이 이름을 바꿔 같은 회사에 합격했다는 연구발표가 나오는 등 곳곳에 차별이 존재한다. 이민자 집단거주 도시엔 상대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도 높다. 정부나 지역단체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통합정책을 추진하지만, 한편에선 소득의 40%에 달하는 세금의 상당비율이 인프라 구축이나 복지향상보다는 이민자 지원에 쓰인다는 불만도 나온다.

스웨덴에서 살고 있는 이민자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9살에 브라질에서 스웨덴으로 이민을 온 마리아 실바(27)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갈색 곱슬머리에 짙고 큰 눈, 전형적인 남미 태생 생김새의 마리아는 이란 출신 남편을 만나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 이민자가 취업할 때 서류 전형부터 어려움을 겪는다는데?

"차별은 분명히 존재해요. 공식적으로는 금지돼 있지만, 스웨덴 사람들이 상당히 개인적이고 동질감이 강해서 그 사회 안에 들어가는 것은 같은 언어를 써도 어렵지요. 일례로 어느 날 직장동료가 주로 무엇을 먹느냐고 묻는 거에요. 전 스웨덴 사람하고 똑같은 걸 먹으며 자랐어요. 같은 나라 사람, '우리'라고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질문이죠. 인맥이 중요한 스웨덴에서 이름부터 무슬림인 게 드러나면 큰 회사에 취직하기 어렵고, 취업해도 대부분 임시직이지요. 그 안에서 '우리'로 받아들여지는가는 또 다른 문제고요."

- 스웨덴 인구의 약 20%가 이민자와 그 자녀이고, 상당수가 무슬림인데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이민을 오면 1년 반 정도 스웨덴어를 배우고 그 이후에 직장을 얻도록 도와줍니다. 저처럼 어려서 온 사람도 이방인처럼 느껴지는데, 성인이 스웨덴어를 배워 취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초기에는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상점과 식당에서 일해요. 이란이나 이라크에서 전쟁을 피해 온 난민들은 마음의 상처가 많아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기가 어렵지요."

- 각 지역단체에서 문화권별 모임을 지원하는 것으로 아는데?

"좋은 제도지만 전쟁 난민에게는 상담이나 심리 치료가 필요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줘서 어울리도록 하는 게 우선되어야 해요. 이란에서 변호사, 의사로 살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택시를 몰아요. 생활수준도, 자기들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죠. 편견도 심해서, 무슬림들은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하고요."

- 스웨덴의 이민자 통합정책이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느끼나?

"스웨덴 여왕이 독일 출신인데 사람들이 종종 여왕의 말을 못 알아듣겠다고 해요. 제 귀에는 분명한 스웨덴어로 들리거든요. 여왕에게 그렇게 대한다면 다른 이민자들에게는 어떻겠어요. 저는 어릴 때 이민 왔지만 같은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느낌 때문에 포기하고 싶은 적이 많았어요. 무엇보다 스웨덴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이민자들을 대해야 해요. 우리도 똑같이 세금 내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스웨덴 사람이니까요."스톡홀름/하수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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