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혁명 30년..이란의 앞날은

by soulkorea posted Feb 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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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 1979년 2월 11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라디오를 통해 거리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약간은 떨리고 상기돼 있었다.

   "군 최고위원회는 무질서와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오전 10시 20분을 기해 정치적인 중립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혁명세력의 시위를 무력 진압하던 군의 중립 선언은 이슬람혁명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군대의 무력진압으로 피비린내났던 이란의 거리는 혁명 성공을 반기는 시민의 환호와 함성으로 뒤덮였다.

   오는 11일은 이란의 이슬람혁명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란 전역에서는 이미 `여명의 10일' 기간을 맞아 지난달 31일부터 혁명 30돌을 기리는 행사가 한창이다.

   혁명을 이끈 루홀라 무사비 호메이니(1900∼1989)가 14년간의 망명생활을 마치고 조국 땅을 밟은 시각을 기념해 학교와 사원의 종이 일제히 울려 퍼졌고 호메이니의 귀국 후 첫 발자취를 따라 꽃이 뿌려졌다.

   혁명 30주년에 열광하는 이란, 그렇다면 과연 이란의 혁명은 완수된 것일까.

   이란은 친미 독재 왕정이었던 팔레비 왕조를 몰아내고 이슬람 종교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가지는 신정(神政) 체제를 구축했지만 이후 여정은 험난하기만 했다.

   같은 해 11월 테헤란 미국 대사관 인질사건으로 세계 최강 미국과 국교를 단절하며 완전히 등을 지게 됐고 이듬해 1980년에는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이라크의 침공으로 8년에 걸친 전쟁에 시달려야 했다.

   1996년 8월에는 리비아와 함께 미국에 의해 테러 지원국으로 분류돼 일명 다마토법에 따른 경제제재를 받게 됐고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의 집권기에는 `악의 축', `깡패국가', `이슬람파시즘'으로 불리는 수난을 당했다.

   2002년 핵 개발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는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있으며 유엔 경제 제재로 경제난은 심화되고 있다.

   석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채 궁핍한 경제상황이 지속되자 국민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특히 `부의 재분배'를 강조하며 대통령에 당선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행정부에서 오히려 물가 폭등과 실업률 상승으로 실물 경제가 더욱 악화되면서 `실용'을 요구하는 여론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경제악화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대립각을 유지한 것은 한편으로는 이란이 중동의 맹주를 자처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이집트,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패권국을 자처한 나라들이 친서방 노선을 취하면서 내부적인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지만 1979년 혁명 이후 이란이 줄곧 보여 온 반미 행보는 중동 이슬람권에 차별성 있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이슬람권의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스라엘에 독설과 때로는 위협을 서슴지 않으며 반미, 반 서구, 반 이스라엘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하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30년간 공고하게 지속돼 온 이란과 미국간 냉기류에 최근 들어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후 "미국인은 무슬림의 적이 아니며 이란이 주먹을 편다면 외교적 노력을 펼치겠다"며 전임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나라에 손을 내밀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오바마가 말하는 변화가 전술적인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라면 환영할 것"이라고 말하며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독설을 잠시 접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란 국민은 미국을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나라로 인식하면서도 오바마 대통령 만큼은 전임 미국 대통령들과는 뭔가 다를 것으로 믿고 있다고 지난 2일 보도하며 이란인의 기대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 있을 이란 대통령선거에서 강경 보수파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아니라 개혁파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과 극적인 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1989년 호메이니의 사망으로 최고지도자 지위를 승계한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여전히 최고 권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의 변화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견해 역시 지배적이다.

   오바마의 바람대로 꽉 쥔 주먹을 펴고 손을 내밀지, 그들만의 방식을 고수할지, 이란은 기로에 서 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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