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 돼지 독감과 쓰레기를 수거하는 이집트 기독교인들

by soulkorea posted Jul 1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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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수도 카이로(Cairo)에서 쓰레기를 모아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는 쓰레기가 넘쳐난다. 이곳의 아이들은 쓰레기 분류와 수거를 돕지 않을 때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쓰레기를 가지고 놀고, 여성들은 쓰레기 더미에 앉아 손으로 상한 음식물을 골라내 그들이 키우고 있는 돼지들에게 먹인다.
고약한 악취와 불결한 광경이 가득한 곳이지만 자발린(zabaleen) 이라고 불리는 수십만 명의 카이로의 쓰레기 수집꾼들은 이곳을 터전으로 삼아 쓰레기를 수거하여 자신들의 생활에 이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자발린의 손자이며 자발린의 자녀들을 교육하는 비영리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삿 나임 긴디(Isat Naim Gindy)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은 자발린들의 직업이 아니라 삶이며, 현재 이들은 이러한 그들의 정체성을 이집트 정부가 빼앗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의 우려는 돼지독감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에 대한 이집트 정부의 대응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집트 정부는 이집트 국내에서 돼지독감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30만 마리에 달하는 돼지들을 모두 도살하기로 결정했다. 국제기구들은 돼지독감이 돼지를 통해 감염되지 않는다며 이집트 당국의 조치를 비난했지만 이집트 정부는 대규모 돼지 도살 계획을 중단하지 않았다.
정부는 돼지를 잔인하게 도살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이슬람 법에 따라 처분한 후 고기를 냉동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집트 신문 알 마스리 알 윰(Al Masry Al Youm)의 기자들이 쓰레기 매립지로 돼지를 싣고 가는 트럭을 쫓아가 인부들이 살아 있는 돼지들을 거대한 덤프트럭에 들이붓는 장면을 목격했다. 도살꾼들이 새끼 돼지들을 칼로 찔러 죽여 한쪽에 쌓아 놓고, 큰 돼지들은 쇠막대기로 때려 죽인 후 모래더미에 던지는 장면도 포착되었다.
이러한 야만적 도살행위로 인해 세계 각국과 이집트 내에서 항의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도살은 계속되었다.
이집트 정부는 돼지독감 방지뿐만 아니라 자발린들의 위생을 개선하고, 이들에게 청결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돼지들을 처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몇 년 전 이집트 정부는 민간업체를 통해 쓰레기를 수거하려 했었다. 그러나 민간업체가 처리하기에는 카이로의 쓰레기 양이 너무나 많았고 자발린들에게도 유익이 되지 않았다.
이집트 정부의 농업부처에서 전염병 업무를 담당하는 사비르 압델 아지즈 갈랄(Sabir Abdel Aziz Galal)은 자발린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인도주의적인 대우를 받길 원하며, 이들이 현재 매우 고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발린들이 모여 살고 있는 지역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사만 이브라힘(Samaan Ibrahim) 목사는 정부가 돼지독감 사태를 이용하여 자발린들의 삶을 향상시키려 하는 것이 아니라 이집트에서 돼지를 없애버리려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집트는 이슬람 국가이며 이슬람은 돼지고기를 금지하고 있고, 자발린들이 기독교인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집트에서 돼지는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털어 놓았다.
돼지들을 도살하자 자발린들이 돼지에게 먹이던 상한 음식의 처리 문제가 부상했다. 자발린들이 키우고 있던 염소들이 있었지만 많은 양의 음식을 쓰레기를 처리하기에는 충분하지는 않았다.
33명이나 되는 대가족에 속해 있는 22세의 자발린 파리스 사미르(Faris Samir)는, 이집트 정부가 자발린들에게 돈을 내고 수레꾼을 사서 쓰레기를 치우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그의 집에 경찰이 들이닥쳐 돼지 125마리를 압수하는 바람에 사미르의 가족은 생계를 책임지는 수입원을 잃었다. 사미르는 앞으로 음식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겠다 말했다.
이번 사건은 이집트에서 이제는 일상적이 되어버린 이집트 정부의 도발적이고 즉흥적인 결정에 따른 부산물이라 볼 수 있다. 이집트 정부는 40만 명에 이르는 자발린들과 그 가족들이 이번 정부가 내린 조치로 인해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받을지 고려하지 않았다.
만약 이집트 정부가 돼지에 의한 독감 확산을 진실로 우려했다면 카이로 시민들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하여 버리도록 교육시키고 분리된 음식물 쓰레기를 자발린들이 카이로의 외곽으로 매일 운반하는 방안을 정부가 고려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고 자발린들과 지지자들은 주장했다.
이집트 의회 의원이자 환경 보호 NGO 단체의 대표인 시아다 그레이스(Syada Greiss) 의원은 이집트 정부는 이번 조치가 자발린들의 생계에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구 1,800만의 카이로는 계속 팽창하고 있다. 자발린들을 대변하는 단체는 자발린들이 매일 6,000톤의 쓰레기를 카이로에서 수거하며, 이 중 60퍼센트가 음식물 쓰레기이고, 자발린 외에 다른 개인 업체들이 매일 수거하는 쓰레기 양도 2,000톤 정도라고 말했다.
카이로의 쓰레기 수거 제도가 이런 식으로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부터이다. 당시 농촌에서 농부들이 카이로로 이주하여 쓰레기 수거일을 맡게 되었고 자발린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들에게 쓰레기 수거는 가업이 되었다. 자발린 가정의 장남들은 학교에 보내져 공부를 하지만 나머지 아들들은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을 하며, 여성들은 쓰레기를 분류하는 일을 담당한다.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고 아주 진지한 눈을 가진 11세의 바셈 마스리(Basem Masri)는 쓰레기 수거하는 일을 한다. 바셈은 매일 저녁 7시에 아버지와 함께 쓰레기를 거두어 들이기 시작하여 새벽 3시 또는 4시까지 일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오전 10시가 되면 어머니가 바셈을 자발린들을 위한 특별 학교에 보낸다. 사실 이 학교는 학교라기보다는 학습을 지도해 주는 곳이다. 선생님과 수학 문제를 풀던 바셈은 언젠가 의사가 되고 싶다고 자신의 꿈을 말했다.
하지만 바셈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자발린의 아이들에게 그러한 꿈은 이루어지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 자발린들도 돼지들과 쓰레기들이 함께 널브러진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때에 찌든 옷을 입고 더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쓰레기를 운반하는 이러한 현실은 비난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자발린들이 살고 생존하는 방식이다. 그들은 이러한 방법으로 그들이 신뢰하지 않은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삶을 유지해왔다. 자발린들도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터전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은 원치 않는다.
이집트 정부가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옳지 않는데, 정부가 언제나 자발린들에게 결정을 내렸으니 그냥 따르기만 하라고 한다며, 바셈이 다니는 학교를 운영하는 비영리단체의 대표이자 자발린의 후손인 긴디(Gindy)는 불평했다.


이집트 콥트(Copt) 기독교 성직자인 아브라함 파미(Abraham Fahmi) 신부는 쓰레기를 없애면 자발린 마을 전체가 살 수 없게 되며 쓰레기는 자발린들의 삶이라고 말했다.
(출처: The New York Times, 2009년 5월 29일, 한국선교연구원(krim.org) 파발마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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