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종교간 충돌이 심화되는 가운데 희망적 사례가 발생하다

by soulkorea posted Aug 23, 201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2011년 5월 19일 미국의 오바마(Obama) 대통령이 중동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연설을 할 때 당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퍼지고 있는 반(反) 정부 시위 사태가 여름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집트는 경제 침체와 범죄율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나토(NATO)의 리비아 공습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시리아 정부는 반정부 시위가 끝났다고 자축하는 반면 종교간 긴장 상태가 바레인과 시리아를 어지럽게 하고 있었다. 이집트 카이로(Cairo)에서는 교회 방화사건이 연이어 일어나 무슬림과 기독교인 사이에 유혈충돌이 발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종교간 갈등 문제를 정면으로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 개의 종교가 탄생한 중동 지역에서 종교적 무관용은 고통과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중동의 변화의 물결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바레인에 있는 시아파 이슬람 사원이 더 이상 파괴되어서는 안 되듯이 이집트 콥트(Copt) 교회의 기독교인들이 카이로에서 자유롭게 예배를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정치적 함의를 넘어서 중동 사태의 종교적 문제는 언제나 서구 사회에 중요한 주요 관심사였다. 9/11 테러 이후 서구 사회와 이슬람은 살벌한 대결구도를 보여 왔다. 이러한 관계는 하버드 대학교의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 교수가 쓴 ‘문명의 충돌’이라는 용어에 잘 나타났다. 헌팅턴의 논점은 1993년 발표될 당시에는 맹비난을 받았으나 9/11 테러 이후 그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무슬림들은 이슬람의 가르침으로 인해 자유와 다원주의, 개인주의에 적대적인 성향을 띠게 되어 있다.
언뜻 보기에 아랍의 반정부 시위는 헌팅턴의 생각이 이제는 완전히 틀렸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 동안 미국의 언론들은 미국의 대중들에게 무슬림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금 20여 이슬람 국가의 무슬림들은 총알과 탱크, 물 대포에 맞서 행진을 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성전(Holy War)을 치를 위기로까지 발전되었던 서구와 이슬람의 관계는 2011년 중동의 반정부 시위와 뒤 이은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의 죽음을 맞으면서 드디어 평화의 관계로 발전될 가능성을 내보이고 있다. 문명의 충돌은 이제 ‘문명의 융합(convergence)’에 자리를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이집트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이러한 희망에 부정적이다. 이집트에서는 독재자 무바라크(Hosni Mubarak) 대통령이 실각하면서 그 동안 억눌려왔던 온갖 종교적인 증오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의 폭력사태는 2011년 5월 7일 카이로의 빈민가 임바바(Imbaba)에서 발생했다. 무슬림 남성과 결혼하기 위해 이슬람으로 개종한 한 기독교 여인이 납치되어 성 미나(St. Mina) 교회에 잡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극도로 보수적인 살라피(Salafi) 종파를 포함한 무슬림들은 이 교회로 몰려갔다. 이집트 인구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콥트 교회 기독교인들은 서둘러 교회를 방어하기 시작했다. 수천 명이 운집한 교회 앞에서 무기와 욕설이 난무하며 거리에서 싸움이 시작되었고 다음날 아침까지 지속되었다. 이 사태로 15명이 죽고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쳤으며, 콥트 교회 세 곳이 화염에 휩싸였다.
전 세계에 보도된 이 사건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담론을 지배해 온 과격파 무슬림들의 공격성과 편협함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최근 중동에서 근본주의자들의 주장에 심각한 위협이 될 만한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이집트에서 온건주의자들이 연합하여 급진주의자들에게 맞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헬완(Helwan) 지역의 작은 마을 솔(Sol)에서 시작되었다. 사막이 끝나는 지역에 위치하여 모래 먼지가 날리는 솔 마을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실각 이후 처음으로 교회가 불탄 곳이다. 한 기독교 남성이 무슬림 여성과 연애를 했다. 그런데 여성의 집에서 이 문제 때문에 충돌이 일어나 결국 여성의 아버지를 포함해 두 명이 죽었다.
장례식이 끝나자 무슬림 군중은 교회에 피신해 있는 기독교 남성을 찾아 나섰다. 교회 내에서 무슬림들을 속이는 나쁜 마술이 사용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무슬림들은 교회에 불을 질렀다. 이러한 상황은 바로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랫동안 경고해 온 사태이다. 그는 자신이 권력을 잃으면 종교간 갈등이 분출해 나라가 분열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솔에서 발생한 사태에 예기치 못한 일로 발생했다. 반정부 시위에서 서로 협력했던 일단의 젊은 무슬림들과 기독교 지도자들이 카이로에서 솔까지 내려와 상황을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이들은 카이로의 타히르(Tahrir) 광장에서 형성된 무슬림과 기독교인 사이의 협력적 관계를 간직하고 있었다. 반정부 시위 기간 중 매일 기독교인들은 기도 시간을 갖고 있는 무슬림들을 보호했다. 무슬림들 역시 예배를 드리는 기독교인들을 보호했다. 때로는 무슬림과 기독교인들이 함께 카이로의 역사적인 유대교 회당을 보호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이슬람의 상징인 초승달과 십자가가 교차된 형상을 새로운 이집트의 상징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종교적 분쟁을 감시하는 이집트 개인 권리 운동(Egyptian Initiative for Personal Rights)의 호삼 바가트(Hossam Bahgat) 대표는 혁명이 일어난 동안 도덕적 경계가 변화했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 갑자기 무슬림 형제단(Muslim Brotherhood)을 포함한 이집트인 모두가 이집트는 모든 이집트인들의 나라이며 당연히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고 외쳤다고 바가트 대표는 공개했다.
솔은 이러한 조화에 대한 시험대였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문화재 관리 공무원으로 반정부 시위 당시 콥트 기독교의 주요 인사로 부상한 하니 한나 아지즈 하나(Hany Hanna Aziz Hanna)는 솔에서 사건이 발생한 지 24시간도 채 지나기 전에 대표단을 구성하여 내려갔다. 대표단에는 무슬림 형제단의 정치적 지도자 모하메드 엘-벨타지(Mohamed el-Beltagy)와 살라피 이슬람 지도자(shiek) 모하메드 하산(Mohamed Hassan)을 비롯하여 많은 군 장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대표단은 마을 고위 관리의 집에서 화해를 위한 회의를 주재하고 야외에서 통합 행진을 벌였다. 유명한 텔레비전 전도사로 이슬람의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으로 불리기도 하는 아무르 칼레드(Amr Khaled)는 무슬림과 기독교인들에게 함께 손을 마주 잡자고 호소했다.
군부는 교회를 다시 짓겠다고 약속했다. 병력 수송용 장갑차가 도로를 보호하는 가운데 사회적 지위와 종교 그리고 나이가 다른 수십 명의 남성들이 함께 불탄 교회를 다시 짓는데 동참했다. 변화하고 있는 중동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2011년 5월에 카이로에서 일어난 종교간 충돌 공격사건에서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집트에서 가장 존경 받는 이슬람 성직자 알 아자르(al-Azhar)는 무슬림 형제단과 함께 이 폭력 사태를 비난했다. 청년들은 타히르 광장까지 연합을 위한 행진을 하자고 촉구했다. 에삼 샤라프(Essam Sharaf) 임시 총리는 해외 방문일정을 취소하고 비상 내각회의를 소집하여 폭력 사태에 연관된 190명을 체포하고 이들을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교회 앞에서의 시위 금지령을 내렸다.
서구도 중동에서 일어나는 종교간 폭력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을 수정해야 한다. 서구는 이슬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한다. 코란도 성경처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될 수 있다. 물론 중동에 보수주의 이슬람이 널리 퍼져 있지만 폭력을 비난하고 극단주의를 거부하는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형태의 이슬람도 역시 확산되고 있다. 솔 마을에서의 사건이 일어난 후인 4월에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이집트인의 84%가 콥트 기독교인들과 다른 소수종교인들도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서구는 현재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투쟁의 중요한 전투지는 젊은이들의 마음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젊은이들은 아랍의 거리가 아니라 학교에 있는 젊은이들이다. 이 젊은 무슬림들은 적극적으로 일을 조직하고 종교를 포함한 강력한 힘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서구는 중동의 젊은이들이 두 가지 상반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하나의 선택은 폭력과 테러를 외치는 지하드주의자들(jihadists)이고 다른 선택은 공존과 민주적 투표, 일자리 창출 등에 관한 것이다. 서구 사회는 중동의 젊은이들이 혼란스럽지만 다양하고 온건한 이슬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서구 사회는 이집트의 솔에서 일어난 종교간 화해의 모습을 바라보아야 한다.
(출처: TIME, 2011년 6월 6일, 한국선교연구원(krim.org) 파발마 )

Articles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